2009년 08월 25일
버스야 훨훨 날아라
눈이 휘둥그레지고 말았다.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어어 하는 탄성이 터져 나오며. 그것은 보기에 따라선 꽤나 싱거운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내게는 심상한 일이 아니었다.
3412번 버스는 강동구 끝인 상일동부터 우면산까지 마을버스 치고는 긴 노선을 운행하는, 버스다. 그 버스가 내 눈 앞으로 나타났을 때는 언제나 보던 것이라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것이 원래 다니던 골목길을 떠나 큰 길로 접어들더니 마침내 고속도로 위에서 활개를 치고 다니는데야! 나는 내 눈을 의심치 않을 수 없었던 거다.
말이 났으니 말이지, 강동, 천호, 올림픽공원, 잠실, 강남역을 누비는 그 마을버스는 마을버스답지 않은 긴 노선을 다니는데다가 서울 시내에서 제일 복잡하달만한 길로만 꼬불꼬불 운행하는 그런 버스이니, 그런 마을 버스가 자기가 원래 다니는 복잡한 동네를 옆구리에 적은 채로 보기에도 경쾌하게 고속도로를 달리는 모습은 놀랍지 않을 수 없었던 거다.
그런 차가 보무도 당당하게 평소 시내에서라면 엄두도 못낼을 법 한 속도로 온갖 비싼 차를 앞지르며 다니는 걸 보노라니 어찌나 통쾌한지! 고삐 풀린 말처럼 쿵쿵거리며 그 버스 안을 울리고 있을 실린더랑 피스톤은 또 얼마나 사람을 두근대게 만드는지! 그 통쾌함은 일탈이 주는 짜릿함을 오래 느껴보지 못한 자의 가소로운 대리만족이었을지라도. 대전 방향을 향해 경쾌하게 속력을 내는 그 연두색 마을 버스를 다는 홀린 듯이 뒤따라 가고 말았던 거다. 나도 모르게. 오래전에 본 단막드라마 마을버스의 내용을 머리 속으로 떠올리면서.
누구나 비록 꿈은 꾸고 설레되, 함부로하지 못하는 일이 있다. 일탈이라는 이름으로 일컬어지는. 다소 호들갑스러운 말일지는 모르나 굴레처럼 주어진 길을 벗어나 그 길위에 선 어떤 고급차보다도 자기의 존재를 뽐내며 훨훨 날아오르는 그 마을 버스를 보면서 나는 반짝하는 황홀한 기분에 젖지 않을 수 없었으니, 나도 내게 굴레지워진 노선을 언젠가 벗어나 그렇게 훨훨 날아보았으면 하는 가쁜 심정으로. 언젠가는 나도 저 버스에 올라타고 훨훨 날아보고 싶은 소원으로. 오랫동안 잊고만 살았던 자유라는 이름의 숨가쁨으로.
# by | 2009/08/25 12:22 | 흣튼혜음 | 트랙백 | 덧글(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