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의 아름다움

다른 사람들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는 모토쿼티 핸드폰을 고르 건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통신요금을 많이 쓰지 않아(전적으로 외톨이인 내 신세 때문이겠지만) 전화요금도 고작 1, 2 만원 대로 나오는 걸 스마트폰이라고 하여 한달에 4, 5만원씩 물어가며 핸드폰을 쓰긴 싫었던 거다. 그러니 온전히 요금제도 마음대로요, 게다가 (온전치는 못해도) 스마트폰에 속하긴 하는 이 핸드폰이 나에겐 최선의 선택이었떤 거다.

헌제 이렇게 무선 인터넷이 잘 갖춰진 환경에서 살고 있노라니 한달에 5만원씩 지불하는 사람들에 비해선 불편하겠으나 그렇다고 하여 크게 불편함 느끼지 않을 정도로는 핸드폰을 사용할 수 있어 마음에 들 뿐더러, 크고 무거운 반대급부로 여기에 달린 쿼티 자판이 어찌나 마음에 드는지 모른다. 보라. 꽤나 장문임에도 자판이 있으니 비교적 반듯하게 뭔가를 쓰는 일이 가능하지 않은가? 트위터, 페이스북, 블로그, 이메일, 문자메시지, 어쨌거나 타이핑이 많은 사람에게 타이핑에 특화된 키보드가 달린 것은 보통 장점이 아니란 거다. 벌써 이 녀석과 만난지도 200여일 째 약정이야 1년 한으로 166일만 더 쓰면 법적으로 인연은 끝이겠지만, 나를 글쓰기로 유도하는 이 녀석, 정확히는 이 녀석에게 달린 키보드가 너무 마음에 든다. 더 아끼고 예뻐하면서 오래오래 써야지.

by 흣튼혜음 | 2011/10/09 18:04 | 흣튼혜음 | 트랙백 | 덧글(1)

아 되는구나

스마트폰으로는 트위터나 페이스북만 되는 줄 알았더니 블로그도 되는구나 참으로 대단한 세상이다. 화장실에서 스마트폰으로 쓰고 있는 블로그의 글이라니!

by 흣튼혜음 | 2011/10/07 12:43 | 흣튼혜음 | 트랙백 | 덧글(0)

ㅎ씨 금연에 실패하다.

하루에 반갑 정도를 피우는 정도의 ㅎ씨는 스스로를 헤비 스모커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다만 그가 즐겨피는 니코틴 0.6mg짜리 멘솔 담배의 향이 남들의 코에는 독무(毒霧)처럼 지독하다기에 끊어볼 작정을 한 것 뿐이었다.

'내가 마음만 먹는다면 그까짓 담배야 대번 끊지 못하랴.'

허나 그의 순진한 생각과는 달리 담배를 끊는 것은 ㅎ씨의 의지 소관만으로 되는 일은 아니었다.

이제부터 담배를 끊겠어 다짐을 하고 처음에 한달이야 별 일 있었으랴. 남들이야 뭐라든 저 나름으로는 독종인 ㅎ씨 그 어렵다는 금연도 첫 한달은 그럭저럭 버틸만했던 건 거다. 그러나 어디 세상 일이 입맛에 맞도록만 돌아가랴.

'서거'

처음엔 농담이었던 말이 입에서 입을 옮겨 뉴스가 되더니 역사가 되더니 전설이 되어버리는 일에야, ㅎ씨에게야 그래도 가장 가슴 가쁘고 느꺼웠던 그시절이  이발소 테이블위에 나뒹구는 삼류잡지처럼 루머가 되고 농담이 되고 치욕이 되는 꼬락서니가 보임에야! ㅎ씨는 다만 언제나 담배가 담겨 있던 포켓의 주머니가 허전했을 뿐이고.

ㅎ씨의 굳은 다짐은 하루 아침의 그 눈물과 함께 스러졌던 거다.

그러고 한달여 사람의 감상처럼 얄맙고 못믿을게 또 있으랴 게다가 다른 감정도 아닌 슬픔과 분노라는 감정에야! 그 검은색 에테르가 붙은 감정을 오래오래 간직하고 살기에 ㅎ씨의 가슴은 너무나 경박하고 또 품도 넓지 아니하다. 그렇다 그 모든 것은 이미 처음부터 지나가기로 예정되어 있었던 것으로서, 그것을 가슴에 오래오래 품고 사는 자는 자신이 세상에 적응치 못하는 바보 멍충이라는 사실만 확인시켜줄 따름인 것. 비록 처신도 출세도 못하는 ㅎ씨지만 세상을 향한 한줄기 옹졸한 야심은 있어 끄트머리 눈물로 세상살이 못하는 놈 소릴 듣고 싶지는 않았던 겐지, 얄밉게도 ㅎ씨는 그만 그 농담을, 뉴스를, 역사를, 신화를 혹은 루머를 치욕을 제 가슴에서 지워버리고 만다. 고작 그런 일로 일껏 끊은 담배에 다시 손을 댄 건 어리석었어. 제 나름대로 질책도 하고 또 내일에의 단단한 다짐을 한줄기 맨솔향과 함께 내뿜으면서. 이번에야말로 생애 마지막 담배가 되겠구만.

그러길 두어달 드디어 오늘 밤에 유난히 반짝이는 별을 쳐다보며 또 그 맨솔 연기를 날리게끔 된 것이다. 담배를 끊으려면 세상을 사랑하지 않아야 하는 걸까. 아무것에도 마음을 열지 않고, 영원한 것 저 멀리 보이는 별같은 아니지, 우주에 영원한 것이 있을까마는, 아니 그래도 최소한 나보다는 오래갈, 내 초로같은 인생으로 보기에야 영원에 가까워 보이는, 그런 것. 사람을 사랑한 것은, 그래도 어딘지 별처럼 빛나고 형형해 보이는 그런 사람을 사랑한다고 생각한 것은, 정말로 바보 같은 짓어었을까. 그렇게 3분짜리 생각을 하는 동안 두달만에 폐를 찡하게 울린 담배 연기가 ㅎ씨의 마음을 어지럽힌 탓인지 맨솔연기 사이로 보이는 별이 유난히도 뿌옇게 흐려져서 ㅎ씨는 차마 남이 볼까 하는 두려움에 발길을, 총총히 집으로, 옮길 수 밖에 없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by 흣튼혜음 | 2009/08/19 01:13 | 흣튼혜음 | 트랙백 | 덧글(0)

ㅉㅉ혹은 ㅃㅃ

신세대임에 틀림없다. 요즘의 날벌레들은. 그 이전의 선조들이 결코 택하지 않았던 죽음의 방식으로 산화하는 저들을 보라. ㅉㅉ, 혹은 ㅃㅃ 같은 소리를, 비명을 지르며 그들은 죽는다. 퍼렇고 뻘건 불똥으로 자기가 지구에 존재했던 증명을 남기며. 숱한 방법으로 숱한 벌레들이 죽었지만 이런 방법은 처음인지라 죽으면서도 적잖이 당황스러울 게다. 그러기에 ㅉㅉ, ㅃㅃ 같은 이상한 비명을 빼놓지 않고 지르며, 폭발하는게 아니냐?

버스정류장을 향해 입구를 튼 과일점 앞에 파란 플라스틱 의자를 놓고 그는 앉아 있다. 한손에는 테니스채처럼 생긴 그것을 들고. 잊을만하면 터지는 ㅉㅉ소리며 파랗게 터지는 폭죽 같은 벌레의 비명이 좋아선지, 손을 휘휘 휘두르며 벌레를 터뜨린다 그는. 쉴새 없이 터지는 ㅉㅉ, 혹은 ㅃㅃ.

그 숱한 ㅉㅉ들이야 어디 상상이나 했으랴 저 달콤한 과일향기 속에 그 매혹적인 백열전구 불빛 속에 그토록 음험한 음모가 있으리라고. 디엔에이에 새겨진 그 숱한 죽음의 메뉴얼에도 ㅉㅉ은 결코 들어있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다소 들뜬 과일가게 주인의 전기장에 하릴없이 ㅉㅉ으로 혹은 ㅃㅃ으로 파란 불꽃이 되어 산화하고 마는 것이다. 아아 충생무상이라.

관운장 언월도 휘두르듯 쉴새 없이 라켓을 휘두르며 무수한 ㅉㅉ을 터뜨리는, 다소 충혈된 그 과일가게 주인의 눈을 보고 있으니 나는 무서웠다. 격한 불꽃과 ㅉㅉ하는 파열음 말고는 존재를 호소할길 없는 벌레랑 나는 무엇이 다르냐. 그 향기로운 과일향해 취해 나는 그 얼마나 자주 저 ㅉㅉ으로 달려들었더냐.

그 밤 제철의 과일들은 온갖 빛깔로 색깔로 버스에서 내려 집에 가는 사람들을 붙잡는데, ㅉㅉ은 쉴새 없이 터지며, 너도 그렇지? 너도 그렇지? 하며 내게 말을 걸었다. 파란 불똥으로, ㅉㅉ, 혹은 ㅃㅃ?

by 흣튼혜음 | 2009/08/18 02:35 | 흣튼혜음 | 트랙백 | 덧글(1)

미라보레아스에게 배우는 글짓기의 지혜

1. 미라보레아스

이 괴상하게 생긴 짐승은 PSP게임 '몬스터헌터'의 괴물 중 한 마리인 미라보레아스다. 거의 최종보스급이라고 할 만한 놈인데, 나는 간밤에 밤새도록 이 녀석에게 얻어터지고 짓밟히고 걷어차이고 뭉개지고 들이받히고 하며 이치를 깨우쳤다.

남들이 재미나다는 말에 그만 현혹되어 두어달 전 시작한 몬스터헌터는 이미 생활을 심각하게 위협할 정도로 심심파적 이상의 놀잇감이 되어 가고 있었다. 두어달 동안의 플레이 시간만 벌써 400시간에 육박하니 말 다했다.

사실 게임에 환장을 하고 좋아하기는 하지만 게임실력이 그다지 좋은 건 아니라서, 또 바쁜 생활인이라는 핑계를 대고 이미 누군가 만들어 둔 세이브파일 (온갖 아이템과 갑옷, 무기가 구비된) 을 다운받아 즐겼으니 최종보스의 목전까지 이르게 된 것도 실력 때문은 아니요 오로지 아이템빨이라고 하겠다. 그 아이템빨도 점점 어려운 괴물들이 등장하매 결국 얕은 밑천을 드러내고 말았으니, 우캄루바스까지는 장장 일주일에 걸친 혈투 끝에 어찌어찌 잡아내고 말았으나, 훈련소 미션을 새로이 다 거쳐야 나온다는 이 녀석을 다운로드 퀘스트로 미리 접해 보고는 마침내 손을 들고 만 것이다. 도대체 어떤 개새끼가 이런 괴물을 만든거야? 이런걸 어떻게 이기라고! 하고 자못 흥분까지 해가며. 어쨌든 이런 엄청난 괴물의 등장으로 두어달 넘게 빠져 있던 수렵과 채집 생활도 이제는 끝맺음하게 되었다.

아무튼 이 미라보레아스로 겪은 분노로 인해 애꿎은 PSP는 감금형을 받아 책상서랍에 갇혀 오랫동안 햇빛을 못보게 되는 불운을 맞이하고 말았다.

- 그래도 세상에는 이 괴물을 재미삼아 잡아내는 게이머도 있다고 한다. 그야말로 몬스터 헌터가 아니라 몬스터 슬로터나 몬스터 버처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2. 글짓기는 어려워.

변명을 하자면 이렇게까지 게임에 매달리게 된 연유의 한 가지는 글쓰기에 있었다. 물론 아까 문장에서 확인했다시피 이제부터 할 말은 이치에 닿는 소리가 아니요 어디까지나 어떻게 하면 창피함을 좀 덜어볼까 하는 얕은 꾀에서 나온 변명이므로 내 말씀을 꼭 믿어주셔야할 의무는 없다.

아무튼 변명을 계속 이어보면, 최근에 장난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주 진지하지도 않은 글을 하나 쓰고 있는 바, 어쨌든 쓰고 있노라 하고 선포까지 장하게 해 놓고 시간이 날 때마다 글짓기 흉내를 내고 있는 것인데, 이게 처음에 먹었던 생각과는 다르게 통 막히기만 하고 진도가 나가지 않는 게다. 뭔가 그려볼고 하는 건 눈 앞에서 어룽어룽하건만 어째서 글자들은 떠다니기만 하고 원고지에 박히지는 않는지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 아닌가!

그렇게 가슴이 콱콱 막히고 답답하니 스트레스 풀겸 콩가나 한번 때려주고 올까 그런 핑계로 수렵과 채집에 몰두했고 그러던 것이 이제는 열일 제쳐두고 그 짓만 하게끔 된 것인데 아무리 매달려도 답이 안나오는 글보다는 그래도 매달리면 진도가 나가주는 게임이 좀 더 쉬웠고 만만했고 재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 진척도 보람도 없는 놈의 일에 어느 시러배 아들놈이 매달려 있단 말이냐.

아무튼 그렇게 해서 매달려 있게 된 게임인데 이제는 정말로 글짓기보다도 더 어려운 저 미라보레아스가 나타났으니 이제는 글짓기보다도 오히려 이 게임이 더 어려워지게 된 셈이다. 의지가 약한 나는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꿀 용기는 없어도 다행히도 어쩔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빨리 판단하고 포기해 버리는 지혜(?)는  있으니 아무튼 이리해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몬스터헌터와는 작별을 고하게 되는 것이다.

3. 글짓기가 어려워?

미라보레아스를 만나기 전에는 진도도 안나가고 생각대로 써지지도 않는 글에 그만 화도 나도 짜증스럽기도 하고 실망도 한 나머지 이런 선언을 해버렸다. 세상에 글짓기만큼 어려운 건 없어. 내가 대체 왜 이런 재미도 없고 힘들기만 한 일을 한다고 이 지랄을 하는 거지? 그런데 어제 밤새도록 미라보레아스에게 얻어터지고 짓밟히고 걷어차이고 뭉개지고 들이받히며 생각이 좀 달라지게 되었는데 그건 그래 세상에는 글짓기보다도 훨씬 더 어려운 일이 많을 거야 하는 생각이었다. 말이 나온 김에 그런 일이 뭐가 있을지 한번 생각나는 대로 나열해보기로 한다.

미라보레아스 퇴치하기, 형광등 갈아끼우기, 애 낳기(이건 내가 겪은 일은 아니지만 겪어본 사람들의 증언에 따르면), 담배 끊기, 1종 보통 운전면허 따기, 동태찌개 끓이기, 부모님께 사랑한다고 말하기, 연애하기, 텃밭 농사 짓기, 실내 4중주악 들으면서 졸지 않기, 뱃살 빼기, 불법주차 딱지 떼이고 욕 안하기, 마트에서 충동구매 안하기, 이명박 좋아하기, 야한 꿈 안꾸기, 외출할 때 스킨과 로션을 꼭 바르기

이것 봐라. 그냥 한번 뭐가 있을까 하고 생각하니 글짓기보다 어려운게 세상에 이렇게 많은데. 어찌 보면 글짓기는 사람이 하는 일 중에서도 쉬운 축에 속하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4. 글짓기는 쉬워.

그런데 나는 왜 이 놈의 글짓기 때문에 끙끙 앓았는가? 생각해 보니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 가서 그랬던 게 아니었나하는 결론이 나온다. 세상의 모든 타격코치가 타자들에게 하는 조언이 있다. "이봐 토미, 어깨에 힘이 너무 들어갔어 긴장 풀고 공을 끝까지 보라구." 아무튼 어깨에 힘이 너무 들어간 것 이게 문제다. 남자에게 힘이 쏠려서 좋을 곳은 어깨가 아니라 다른 곳이다.

그런데 그렇게도 쉬운 글짓기인데 왜 그렇게 힘을 주고 어떻게든 잘 써보겠다고 쩔쩔 맸는지 생각해보면 창피한 노릇이다. 그냥 대충 편하게 할 걸. 그렇게만 하면 세상에 글짓기보다 쉬운 일이 어딨나?

나는 그저 편안하게 남이야 보고 뭐라든 내가 쓰는 동안 즐겁도록 어디까지나 좀 유쾌한 여가선용거리로써 글짓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헌데 어떻게든 다른 사람들 보기에 더 좋게 보일 요량을 하고 이렇게 쓰면 나아보일까 저렇게 쓰면 고와보일까 궁리를 하니 글은 글대로 안 써지고 답답하고 짜증만 나서 그만 결국에는 글쓰기에다 '어렵다'라는 말도 안되는 레테르를 붙여버리고 에이 저런 두통거리하며 홀대를 하고 만 것이다. 도대체 그럴 필요가 없었는데. 지금 보라 아무 계획도 없이 그저 새글쓰기를 클릭하고 마음나가는 대로 쓰니 그럭저럭 글이 하나 되지 않는가? 글짓기 거 얼마나 쉽냐? 미라보레아스랑은 비교도 안되지 않나?

아무튼 이런 깨달음을 간밤의 미라보레아스와의 격투를 통해 얻어낸 것이다. 비록 폴리곤과 몇 바이트의 정보로 이루어진 게임기 속의 괴수라고 하나 이런 깨달음을 주었으니 고맙기 그지 없는 노릇이다. 음 말을 고쳐야겠다. 내가 미라보레아스를 잡지 않는 까닭은 그녀석이 어렵고 무서워서가 아니라 그 녀석에게 얻은 깨달음 때문에 존경심이 생겨서라고.

by 흣튼혜음 | 2008/09/08 09:09 | 꿀꿀네오락실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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